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대한민국 30대 남성의 미혼자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 또한, 30대 여성의 미혼율도 33.6%로 3명 중 1명은 미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남성의 미혼율은 6.6%, 여성은 5.5% 늘었다. 이처럼 늘어나는 미혼율과 함께,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커져가는 한국인의 외로움미혼율과 비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인의 외로움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18년 한국임상심리학회가 발표한 ‘대한민국 고독지수’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고독지수는 100점 중 78점에 달했다. 설문에 참여여한 317명의 심리학자들은 증가하는 한국 사회의 고독지수 주요 원인으로
개인주의 심화(62.1%),
계층 간 대립 심화(54.6%),
장기화된 경제 불황(48.3%) 등을 꼽았다. 심리학자들은 ‘고독함이 정신적 문제 및 사회문제와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100점 만점에 83점으로 응답하면서
우울증,
자살,
고독사,
일 중독,
악성 댓글,
혐오 범죄 등을
고독감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라고 답했다. 또한, 여전히 진행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한국인의 외로움은 점점 커지고 있다. 국제 여론 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해 2월에 발표한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글로벌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서방 국가인 영국 34%, 캐나다·미국 31%, 독일 26% 정도가 ‘외로움을 느낀다’라고 응답한 반면 한국인은 전체 응답자 중 38%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해 28개의 조사 대상 국가 중 9위를 기록했다.전문가들은 “한국인의 외로움은 타 국가와 비교해서 심각한 수준이다”라고 말하며, 주요 원인으로 역시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급격한 도시화와 기술 발전을 꼽았다.
외로움은 새로운 사회적 질병사회적으로 2030세대를 중심으로 ‘혼술’, ‘혼밥’ 등 혼자서 일상을 즐기는 문화가 익숙해지고, 1인 가구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결국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실제로, 2018년에 발표된 20~39살 1인 가구의 하루 일지를 분석한 ‘청년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를 들여다보면 청년 1인 가구의 하루 시간 사용 동안 타인과 함께 있는 시간은 불가 1시간 14분 밖에 되지 않았으며, 응답자 중 63%가 ‘고독감’을 느끼고 고독감으로 인해 ‘자주 공허함을 느끼거나 외로움을 느낀다’라고 응답했다. 새로운 사회적 질병인 외로움은 공허함과 고독감을 키운다. 특히 외로움은 개인이 타인과의 상호교류를 통해서 얻는 ‘관계재’라는 재화 획득을 어렵게 만든다. 관계재는 인간관계에서 생성되는 무형의 재화로 삶에 대한 만족도, 행복감을 좌우한다. 관계재를 많이 획득할수록 삶의 만족도가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개인이 혼자서는 생산 및 소비가 불가능하다.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이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외로움을 선택한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삶의 행복감을 좌우하는 관계재가 부족할 수밖에 없으며, 삶의 만족감이 당연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적으로 외로움이 불러오는 사회적 문제가 불거지고 사회적 해결 비용이 커지면서 외로움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는 이미 외로움을 국가적 문제로 인식해 2018년 1월 고독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신설했다. 외로움을 ‘사회적 전염병’으로 보고 국민들의 외로움 문제 국가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고독부 장관 임명에 큰 역할을 한 조 콕스(jo cox) 의원의 ‘고독문제 대책위원회(jo cox commission on loneliness)’보고서에 따르면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를 15개비 피는 것만큼 건강에 해로우며, 의료비 증가 등으로 커다란 사회적 비용 손실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로움을 이기려면30년 후에는 대한민국도 1인 가구가 주된 가구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사회적 질병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 역시 커지고 있다.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권순모 원장(마음숲길정신건강의학과의원)은 현재 외로움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인 사회활동이 외로움 해결에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되겠지만, 이를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처음부터 무리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것보다 먼저 ‘산책’이나 ‘카페 나들이’ 등으로 최소한의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사회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권순모 (마음숲길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